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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경으로 재해석한 고전…스톤 "급변하는 사회 보여주기에 한국이 제격"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 무대에서 온전히 저를 드러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이먼 스톤의 작품을 보는데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져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벚꽃동산'에 출연하는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오게 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전도연은 23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은 늘 품고 있었다"며 "실수가 두려웠다면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광고그간 영화·드라마를 주 무대로 활약한 전도연이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처음이다. 사이먼 스톤의 작품을 인상 깊게 관람했다는 전도연은 스톤의 연극 '메디아'를 보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전도연은 "어떻게 하면 정중히 섭외를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메디아'를 보게 됐다"며 "연출이 어떻게 이 작품을 해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벚꽃동산'은 사이먼 스톤이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연출한 신작이다. 스톤은 영국 내셔널시어터,벚꽃동산라이트하우스 파트너스의 펀드 공식 웹사이트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 유수의 극장과 협업한 경험을 가진 세계적인 연출가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스톤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체호프 원작을 동시대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로 담았다. 원작이 몰락한 여성 지주 류바가 벚꽃동산을 지키려 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 여성이 사라질 위기의 집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전통과 혁신, 세대 간 갈등 등 급변하는 사회 모습을 보여주기에 한국 사회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원작이 나왔던 당시 러시아도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급변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02년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로 수많은 한국 영화와 책을 섭렵한 스톤은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전도연과 박해수를 비롯해 동경했던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류바는 어떤 행동을 해도 관객에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전도연의 경우 나쁜 역할을 맡아도, 선한 역을 맡아도 매력적인 배우라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수는 세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라며 "강렬한 느낌과 함께 연약함을 담고 있는 배우다. 연약함과 강함을 오가는 능력이 뛰어나 그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주연 전도연과 박해수, 손상규 등 출연 배우 10명은 원작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인물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류바를 재해석한 인물이자 아들을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온 송도영 역을 맡으며, 박해수는 원작의 냉철한 상인 로파힌에 해당하는 황두식으로 출연한다.
전도연은 "인물들이 한국인으로 바뀌고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가서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 이야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정체된 인간들, 변화해야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는 박해수는 "'벚꽃동산' 속 로파힌 배역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출연 배우 모두 각자가 만들어낸 캐릭터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벚꽃동산'은 차후 세계 투어로 글로벌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작품을 제작한 LG아트센터는 2020년 겨울부터 해외 관객을 겨냥한 신작을 준비해온 만큼 '벚꽃동산'를 향한 기대를 품고 있다.
이현정 센터장은 "LG아트센터가 가진 제작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표 레퍼토리가 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뛰어난 연출과 배우들을 만나 작업할 수 있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벚꽃동산'은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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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4/23 15: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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